2010년 3월 25일 목요일

아름다운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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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고 처음으로 맞이하던 내 생일이었다.
우린 만난 지 몇 달 안되었고, 결혼을 생각할 만큼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외롭고 힘들던 시기에 만난 탓인지 거부감 없이 가끔 데이트에 응했다.
부모님이 안 계신 내 생일은 누구 하나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를 안지 얼마 되지 않았고 딱히 우리가 연인이라고 이름 붙일 그런 사이가 아니었던 만큼, 내 생일을 기억해 달라고 할 수도 없었고, 챙겨 달라는 희망 사항 따윈 아예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그 날은 허전한 마음으로 슬프고도 우울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느닷없이 걸려 온 남자의 전화...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만나자는 제의를 거절한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순간이다. 그가 그렇게 맘에 드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 날 만큼은 이 세상 최고의 남자로 보일 법도 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얼른 세수를 하고 생일에 걸 맞는 옷차림을 하고 신나게 대문을 나섰다.
˝센스도 있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내 생일을 알아냈을까?˝
갑자기 그 남자가 아주 미남으로 보이고 괜찮은 남자쯤으로 생각되기 시작했다. 시내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하더니 커피숍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씽긋 웃고는 그는 갑자기 백화점엘 가자고 하며 바로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성격도 급하긴... 선물을 사도 차나 한 잔 마시고 사 줄 것이지...˝
기쁨을 속으로 감추며 그를 따라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남자에게 선물 받아 본적이 언제 있었던가? 아마 기억에는 없는 게 확실했다. 난생 처음 남자에게 받아 보는 생일 선물은 내 가슴을 흥분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누구에게 받든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은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더구나 생일 날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해 주는 선물은 더 말 할 필요가 있을까?
나보고 그는 선물을 하나 골라 달라고 했다. 갑자기 생각 없이 급하게 뛰쳐 나오느라 선물을 무엇으로 고를 것인가를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나는 망설이며 악세서리를 고르다가 옷을 고르다가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뭘 받으면 내가 오래 기쁘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내가 고르는 것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무 아이 같다느니 너무 젊어 보인다느니 너무 부담되는 가격이라느니...
˝흥. 내 나이가 몇이나 된다고 아이를 운운하며 ..젊어 보이는 걸 탓할까?˝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느낀 흥분은 내 기분을 과히 나쁘게 하지 않았기에 꾹 참고 잘 따라 다녔다. 만나자마자 차도 한 잔 마시지 않고 선물을 골라 주려는 그가 고맙게 생각되었다. 그래서 난 싫은 내색 한 번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가 주고 싶은 선물로 고르라고 은근히 선택의 기회까지 그에게 넘겨주었다.
드디어 그가 멈춰 선 곳은 여자들의 머플러를 파는 매장이었다. 그것도 신상품이 아닌 재고품을 파는 매장이었지만 그것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싶었다.
남자 친구가 사주는 머플러를 나도 한 번 해 보고 싶었기에.
장래를 염두에 둘 만큼 그렇게 마음이 가는 친구는 아니었지만 오늘만큼은 옆에 누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내 생일을 알아냈느냐고 미쳐 물어 볼 겨를도 없었다. 그는 자기가 뒤척뒤척 고르더니 아가씨한테 포장을 부탁했다. 나한테 마음에 드느냐고 한 마디 묻지도 않았다. 정말 자기 마음대로 골라서 포장을 해 버렸다. 나는 저 색깔이 더 마음에 든다고 말하려다가 차마 선물 주는 사람 마음을 헤아려서 참기로 했다.
아무래도 색깔이 너무 나이 든 사람한테 어울릴 것 같았다. 마음에 덜 들었지만 그래도 생일날 선물도 하나 못 받고 지나가는 것 보단 훨씬 행복할 것 같았다.
포장한 선물을 받아 든 그는 휑하니 백화점 밖으로 나가며 빨리 가자고 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뒤따라가니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은 듯한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그는 커피를 시켰고 나는 그에게서 생일 축하한다는 말이 나오길 고대하고 있었지만, 그 말은 쉽게 나올 것 같지가 않았다. 자꾸 엉뚱한 얘기만 하더니 아가씨가 커피를 가져오자 그는 후후 불며 마시기 시작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매너 없고 분위기 없다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을 텐데,그 날 만큼은 참고 싶었다. 언제 만난 나라고 내가 말하지도 않은 생일까지 기억해서 그것도 퇴근까지 일찍 당겨서 나를 초대해 준 그가 아닌가?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감동 받고 있었다. 분위기 없는 커피숍도 아름다웠고 시끌벅적한 유행가도 감미롭게 들렸다. 매너 없이 커피 마시는 모양새도 밉지가 않았다. 그 날만큼은 그랬다. 그에게 후하게 점수를 주고 싶었다.
그의 모습을 아무리 요모조모 뜯어보아도 생일을 축하 해 줄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자꾸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선물을 내밀며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의 촌티 나는 말투에도 웃어 주었고 공감이 가지 않는 얘기에도 고개를 끄덕여 주며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당연한 듯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드디어 그가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나 이 선물 자기가 산 거라고 엄마한테 말 할거야.˝
˝아니 .내 선물을 왜 내가 사?˝
˝엄마가 많이 기뻐하실 거야. 자기가 산 걸 알면...˝
˝ ............˝
˝오늘이 엄마 생신이거든.˝
˝기가 막혀... 내 생일 선물이 아니고 엄마 선물이라고?˝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센스 없는 남자가 내 생일을 알 리가 없지.˝
˝부탁인데 내가 샀다고 하지 말아요. 내가 산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샀다
고 해? 앞으로 전화하지 마세요.˝
실망을 더 이상 감출 수가 없었던 난 커피 숍 문을 박차고 나와 아무 버스
나 잡아타고 내달렸다. 영문을 모르는 그는 뒤따라오다 나를 놓치고 말았지만 그는 끊임없이 전화를 해댔다. 나는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와 내가 생일이 한 날이라는 사실을 그가 알기 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2010년 3월 24일 수요일

헐... 허무개그..- -

헐... 허무개그..- -

어떤 남자가 한 친구와 하늘을 보며 말하였다.
남자1:00!저 별을 보며 무엇을 추리 할 수있지?
남자2:음...저 많은 별 중에 외계인이 살고 있다면 지구 같은 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것?
남자1:야!이 바보야! 하늘이 보인다는것은 누군가가 우리 텐트를 훔쳐갔다는거잖아!

 

 

결론은.. 처음부터.ㅡ-ㅡ

 

그냥... 허무하네.

2010년 3월 23일 화요일

짧은 개그. 허무개그.

짧은 개그. 허무개그.

 

첫 수업
한 여고에 총각 선생님이 부임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짓궂은 여학생들의 소문을 익히 들었는지라
이발도 하고 옷도 깔끔하게 챙겨 입는 등 최대한
신경을 쓰고 첫 수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여학생들이
깔깔대며 웃는 것이 아닌가.
˝학생들 왜 웃어요?˝
˝선생님,문이 열렸어요.˝
선생님은 ´나뭇잎이 굴러가도 까르르 웃는 나이지´라고
생각하며 점잖게 말했다.
˝맨 앞에 앉은 학생,나와서 문 닫아요.˝


금상첨화
왕비병이 심각한 엄마가 음식을 해놓고
아들과 함께 식탁에 앉았다.
˝엄마 왈 ´아들아 엄마는 얼굴도 예쁜데 요리도 잘해 그치?´
하면서 이걸 사자성어로 하면 뭐지?˝
엄마가 기대한 대답은 ˝금상첨화˝
아들의 답 ˝자화자찬˝
엄마 왈 ˝아니 그거말고 다른 거˝
아들의 다른 답 ˝과대망상요?˝
엄마 거의 화가 날 지경^^
아니 ˝금˝자로 시작하는 건데.......
아들의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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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초문?


콩나물과 무의 진실
콩나물과 무가 살았다..
그들은 매우 사이가 나빴다..
하루는 콩나물이 화가나서 무에게 강력한 일격을 심었다.
후에 역사 학자들은 이 일을 이렇게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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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무침

2010년 3월 22일 월요일

이 빠진 호랑이

이 빠진 호랑이

 

 

이제 막 서쪽 하늘로 기울기 시작하는 해가 김노인의 대머리를 번들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머리털이 몇 올 남지 않은 정수리 부분이 뜨거워 김노인은 손으로 쓰다듬곤 했다. 계단 양쪽에 개나리 울타리가 있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노란 꽃이 피기 전 가지치기를 했기 때문에 겨우 김노인의 허리높이 만큼 자라있을 뿐이었다.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아내와 다투다 수세에 몰리자 얼떨결에 집을 나왔지만 막상 갈 곳이 없었다. 담배 가게를 겸한 슈퍼에 앉아 있다가 눈치가 보여서 나온 길이었다. 김노인은 약수터 길을 어기적어기적 오르다 암코양이 같이 앙칼진 아내의 목소리와 허옇게 치뜬 눈자위를 생각하면서 마지막 계단 위에 푹 주저앉았다.




˝휘유˝
김노인은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토해냈다. 몇 방울의 땀이 늘어진 턱에서 계단에 점점이 떨어질 때 참고 있었다는 듯 매미들이 그악스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약수터로 가는 길과 아카시아 나무가 빼곡이 들어찬 숲 속은 바람 한 점 없었다. 잠시 주위를 둘러 본 김노인은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엉덩이를 쳐들면서 일어났다. 손을 털고서 무거운 다리를 움직여 후끈거리는 숲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노인은 나뭇결 무늬를 그럴듯하게 새긴 시멘트 의자에 앉으면서 시멘트를 나무로 착각했던 어느 땐가를 떠올리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건너편 쪽에서 두런두런 들리던 소리가 뚝 끊겼다. 김노인이 얼굴을 들자 운동기구의 닳은 손잡이에서 반사된 빛이 눈을 쏘았다. 김노인이 얼굴을 찌푸리며 빛을 피해 약간 위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굵은 둥치의 떡갈나무가 제법 큰 그림자를 드리운 게 보이고 그 아래 의자에 두 사람이 찰싹 붙어 앉아있었다. 모자를 쓴 노인과 물방울무늬가 찍혀있는 흰 상의를 입은 노파였다. 그들은 김노인을 의식했는지 몸을 굼뜨게 움직여 떨어져 앉았다. 칠십이 다 되었을 듯한 노파의 입술에 발라진 붉은 립스틱 자국은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노파의 쭈그러진 얼굴은 아무렇게나 색칠한 그림처럼 화장이 되어있었다. 김노인은 노파가 괴기 영화 속에서 보았던 살아서 움직이는 시체처럼 느껴져 얼른 시선을 돌려 버렸다.
요즘 굶는 노인들이 많다는데 저 사람들은 점심이나 먹었을까 하고 김노인은 엉뚱한 생각을 했다. 실은 김노인 자신이 점심 전이었다. 그런 생각이 식욕을 자극했는지 뱃속에서 쪼르륵 소리가 났다. 김노인의 식욕은 예순이 되도록 여전했다. 아내의 표정을 떠올리자 내키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김노인은 불룩 솟은 배에 손을 대고 원을 그리듯 문지르면서 휘적휘적 약수터를 내려왔다.
아직 햇볕이 뜨거운 시간이어서 사람들의 왕래가 뜸했다. 이따금 승용차가 햇빛을 받아 열을 발산하며 지나갔다. 아스팔트를 녹일 듯한 햇볕 때문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내려오던 김노인은 갑자기 당황해 하며 걸음을 멈췄다. 김노인은 마른 입술을 혀로 한번 축이고는 혀를 쯔쯔 찼다.
도로 한 가운데에서 두 마리의 개가 교미 중이었다. 주먹만한 발바리 암컷 위에 올라탄 놈은 덩치가 제법 큰 누런 빛깔의 개였다. 미니스커트 차림의 아가씨가 지나가다가 유리 깨지는 듯한 소리를 지르고는 얼굴을 싸매고 골목으로 들어가 버렸다. 무능하다는 아내의 쇳소리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는 김노인은 작렬하는 햇볕아래서 정력을 자랑이나 하듯 연신 궁둥이를 들썩이는 누런 개가 몹시 눈에 거슬렀다. 김노인은 두 눈에 쌍불을 켜고 달려가서 그 개를 힘껏 걷어찼다.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화풀이었다. ´깨갱깨갱´하는 절규와 함께 떨어지며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던 개들을 보자 속이 후련했다.
현관문을 열어 주는 아내는 숨을 몰아쉬며 엉거주춤 서 있는 김노인을 노려보기는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노인은 아직 마흔 일곱인 아내의 얼굴에서 젊음을 느꼈다. 김노인에게 있어서 그녀의 젊음은 자신을 욱죄는 사슬이었다. 그것 때문에 그는 늘 아내의 등뒤에 서서 절망의 늪에 빠지곤 했던 것이다.
샤워를 하는 동안 아내는 식사 준비를 하는지 온갖 맛깔스런 냄새들이 몰려들어왔다. 비누 거품조차 제대로 씻지 않고 벌거벗은 채 나온 김노인을 아내는 식탁 위에 수저를 놓다 말고 쳐다보았다. 쏘아보는 아내의 눈초리 때문인지 김노인의 남근은 점점 더 오그라 붙었다. 왕성한 식욕과는 달리 김노인의 성욕은 어느 때부터인지 무기력해지다 못해 퇴화되어 버린 것 같았다. 김노인은 문득 아내의 강짜가 그때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부부의 젊었던 시절 남편은 호랑이요 아내는 토끼나 다름없었다. 이제 그는 이 빠진 호랑이일 뿐이었다.
식사를 끝낸 김노인은 이쑤시개를 물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김노인은 매끄러운 대자리 위에 누워 천장을 쳐다보다 텔레비전 위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벽에 걸려 있는 사진틀 안에서 젊은 부부와 돌이 갓 지난 아이가 김노인에게 여전히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그 사진 속 자신의 본새는 눈알까지 부리부리한 게 영락없는 호랑이었다. 청년시절 사람들은 그의 곁을 지나치려면 괜스레 겁을 먹어 눈치를 흘금흘금 보곤 했다. 그는 양쪽 어깨가 떡 벌어진 만큼 뚝심이 있어서 벼 두 가마니를 어깨에 매고도 뜀박질을 치곤 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사진 속의 아내를 보며 김노인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 시절 아내의 호리호리한 몸에서는 늘 풋보리 향기가 나는 듯 했었다. 아내는 이십대를 벗어나면서 무르익어 갔다. 아내의 몸을 떡 주무르듯 하던 때가 엊그제 같았다.
김노인은 젊은 시절 잡지에서 보았던 금발 여인의 나체를 떠올려 보았다. 밤이면 아내가 토해 내던 늑대 울음소리를 생각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암퇘지의 너실너실한 궁둥이와 수퇘지의 격렬한 교접을 떠올렸다. 그러다 방금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이루어지던 황견과 발바리의 교미를 떠올리며 손을 파자마 속에 넣었다.
아내는 그때 커피 잔을 들고 거실로 발을 옮기는 중이었다. 생각해보니 퀴퀴한 냄새를 풍기고 무기력증에 빠진 늙은 남편이 낮에 방에 누워있다는 것 자체 조차도 신경질 나는 일이었다. 그녀는 안방을 향해 눈을 흘기고는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조그만 탁자에 놓았던 잔을 들고는 한 모금 마시면서 인상을 썼다. 크림이 부족했는지 커피 맛이 유난히 썼다. 남편은 자신을 기피하는 듯 했다. 밤이면 베개를 들고 이 방 저 방을 들락거릴 때부터 남편의 기능이 의심스러웠다. 나이 들어 이 지경이 될 줄이야 몰랐지만 괴팍하고 성깔 있는 남편과 젊은 시절을 무사히 넘긴 것은 오직 그의 왕성한 정력 때문이었다. 낮에는 호랑이처럼 무섭기만 하던 남편이 밤이면 펄펄 끓는 연장으로 그녀의 몸을 녹여버리곤 했다. 아직 마흔 일곱인 그녀는 녹슨 연장조차 구경할 수 없게 되자 한숨만 나왔다. 문득 생각해 보니 마음이 유난히 여렸던 열 아홉에 열 세 살이나 연상인 남편에게 시집 온 자신이 어리석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김노인의 남근이 허공을 향해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아내의 암코양이 같은 목소리가 김노인의 귀를 향해 발톱을 세우며 날아들었다.
˝영감탱이되더니 귓구멍까지 멀었나? 집에서 뒹구는 꼴 보기 싫으니까 노인정에나 가라니까! ˝
´아니, 저년이 죽으려고 환장했나?´
입안엣 소리로 우물거리던 말을 꿀꺽 삼킨 김노인은 벌떡 일어섰다. 김노인의 둔한 머리에 스쳐 가는 게 하나 있었다. 부부싸움 끝에 한 대 쥐어박아 놓고 늘 달랬던 식이었다. 김노인은 속바지까지 벗어서 팽개치고 거실로 뛰어갔다. 아내의 눈동자가 황소 눈알처럼 커지고 있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동원하여 아내를 깔아뭉개는 김노인의 쿵덕거리는 가슴속에는 바르르 떠는 토끼를 내려다보며 포만감을 느끼는 한 마리의 호랑이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마악 가슴에서 하반신으로 이동한 황홀경이 분수처럼 솟구치려다 요란하게 울려대는 벨소리에 딱 멈추어 버리고 말았다. 김노인은 엉겨붙은 아내의 팔을 떼어내고 속바지를 걸쳤다. 김노인은 계속 울려대는 인터폰을 잡아채서 귀에다 댔다.
˝아니, 점잖은 노인이 개를 발로 내지르기는 왜 내질러욧! 그 진돗개가 얼마짜린 줄 알기나해욧!˝
약수터에서 가끔 마주치던 빼빼 마르고 눈이 단추 구멍 만한 정노파였다. 그 노파가 그르렁대면서 지르는 고함이 인터폰에서 왕왕거리고 있었다.